‘비정규직 밀어내는 정규직’…”정규직 양보와 사회안전망 확충 필요”

‘비정규직 밀어내는 정규직’…”정규직 양보와 사회안전망 확충 필요”

[경제 대도약 J노믹스에 바란다]<3>고용의 이중구조 해소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입력 2017.05.16 05:00
이기사주소 : http://news.mt.co.kr/mtview.php?no=2017051514334476770&type=1
편집자주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습니다. 2006년 이후 11년간 국민소득 2만달러 늪에 갇혀 있는 한국경제가 저성장·양극화에 발목이 잡히면서 위기를 맞고 있는데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J노믹스(재인+경제)’의 성공에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가 경제 대도약을 위해 보수·진보학자 40여명의 자문을 받아 마련한 경제계 제언을 중심으로 ‘J노믹스’ 성공을 위한 제안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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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대기업 노조 파업은 다른 세상 얘기에요. 성실하게 일하면서 제대로 밥벌이할 수 있게만 해주세요.”

일본 등 일부를 제외하고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일자리의 계급화 현실을 한탄하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다. 같은 노동에 다른 처우를 받는 노동의 계급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새 정부 들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정규직 높은 보호 수준, 비정규직 확대 요인= 우리나라 전체 임금근로자(1963만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3분의 1 수준인 644만명에 달한다.

‘사실상 비정규직'(사내하청 등 계속근로를 기대할 수 없는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절반에 가까운 900만명 수준이다.

우리 노동시장의 효율성은 세계 77위로 미국(4위), 영국(5위)은 물론 중국(39위)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 과거 산업화 시대에 강력한 근로자 보호제도를 도입했는데 오늘날에 이르러 정규직만 그 과실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를 받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이 100만원을 벌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5만원을 수령한다.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비정규직의 사회보장혜택도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우리나라 회사는 임금인상 목적의 파업에 대항하는 일도, 성과보상형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일도 힘들다”며 “정규직에 대한 높은 보호 수준이 비정규직 확대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동안 연공급 임금상승은 계속되며 저성장 시대에도 노조는 임금인상을 우선시한다.

기업이 청년 채용 확대를 주저하고 설비 자동화나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사용자도 노조도 함께 변해야 = 이런 와중에 최근 기아차 노조의 비정규직 배제는 ‘노노(勞勞)’ 간에도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달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는 2008년 통합 이후 9년 만에 사내하청 조합원들을 분리시키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 기아차 노조 측은 최근 소식지를 통해 “노조 내부에서 10년여간의 1사 1노조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원·하청 상생의 방향을 결정한 것”이라며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완성키 위한 궁극적 목표를 실현키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더 이상 갈등없는 원·하청 별도 노조의 조직 형태 변경으로 더 튼튼한 연대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라고 덧붙였다. 노조와의 전화 연락은 닿지 않았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도 2008년부터 사내하청 노조와 통합을 추진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3차례 부결됐다.

노동계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에서도 “이번 기아차지부의 결정은 ‘노동자는 하나’라는 연대와 단결의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제계도 꾸준히 정규직의 양보와 사회안전망 확충 병행을 강조해왔다. 비정규직이라 받는 불이익, 정규직으로 당연시되는 기득권을 함께 조정해 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평생 직업 시대에 비정규직도 정규직 못지않은 당당한 처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대신 정규직에 대한 각종 보호제도를 경쟁국 수준으로 낮춰 기업 부담을 덜어줘야 하며 사용자도 노조도 함께 변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임금격차 등 노동시장 이중 구조화가 기업 규모에 따른 지불능력 차이와 함께 정규직 과보호, 연공형 임금체계,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 등 노동시장 요인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경총은 “정규직의 고임금, 과보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정규직 임금 문제를 법·제도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노동시장 내 임금결정 구조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며 “고임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임금을 안정시키고 그 재원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협력중소기업·취약계층을 지원해 기업규모 간 임금격차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文정부 ‘비정규직 문제’ 강력 드라이브..기대감↑ = 새 정부 출범 후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를 보며 변화에 대한 경제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진행한 1호 업무는 ‘일자리 위원회’ 구성이었으며, 지난 12일 취임 후 첫 청와대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새 정부에서 얼마나 고용,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반드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어서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로 사회통합을 막고 있고 그 때문에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재교 세종대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정치적으로 이분법화하는 방향은 경계해야 한다”면서 “경제 논리에 맞춰 노동 유연성을 강화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유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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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다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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